[감상] 게임기획자 취직 어쩌구에 관련된 글들을 읽고

이글루를 둘러보니.. 게임기획자 지망생에 대해 훈계하는 글이 마구 쏟아져나온다.
시발이 된 글은 바로 이 글 같은데....
뭐 한마디로 요약하면, 게임물 좀 먹은 기획자들이 주제파악도 못하고 업계에 새로 들어오려는 순진한 지망생들에게 텃새부리고 가오 세우는 글이라 할 수 있겠다. 대충 읽고보고 생각나는걸 주저리주저리 적어보면
 
내가 볼 때, 나를 비롯한 나 이전 세대의 기획자들은 업계에 진출하기가 손쉬웠다. 그 때는 온라인 게임이 산업으로써 기틀을 잡아가는 과정이었고, IMF를 지나, 사회가 연공서열에서 승자독식체제로 변모해가는 시기에 손쉽게 주류로 편입될 수 있는 마지막 문 중 하나였다.
이 때 업계에 진출한 인간들은 물론 더러는 월급을 떼이기도 하고 못된 어른들에게 해꼬지도 당하기도 했겠지만, 지금 게임 바닥의 주류로 자리잡았고, 각 프로젝트 팀에서 잘 나가면 PM, 못해도 기획팀장이나 메인기획 자리하나는 꿰차고 있다.
 
산업이 그럭저럭 10여년이 지나니, 사람이 없다없다 해도 어느 정도 인력풀이 채워진 상태고 예전처럼 외부로부터 활발한 수혈은 그닥 필요치 않은 시기가 도래했다. 외부의 수혈이 아쉽다 하더라도 할만한 자리는 먼저 진입한 사람들이 꿰어차고 있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남은 자리는 그들을 시다바리하는 역할 외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이 구조가 제대가 10년인 군대의 내무반에 막 들어온 꼬인 군번의 이등병처럼 신입들을 내몰 것이고 그렇게 쭉 유지되는 미래가 열린 것이다.
 
아무튼 각설하고, 본궤도로 돌아가 이야기를 하자면, 산업의 모습을 막 갖추어가던 시기에 업계진출을 한 기획자들이 처음부터 개념탑재를 했냐하면 그건 아니다. 그들 대부분도 지금의 지망생과 같이, 게임 사대에 젖어있었고, 다들 자기가 경험했던 게임에 매료되 그 같은 게임 하나 만들고 싶어서 들어온 위인들이다. 내가 볼 때, 게임 기획자의 처음은 이럴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는 별 비전도 없고, 몸은 직살나게 고생하고 월급도 박봉인 이 업계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 아니라고 부정하는 양반이 있다면, 그 냥반은 엄마 몸에서 나올 때부터 기저귀 차고 우유병 물고 나왔다고 우기는 인간이다. 그런데 왜 지금 나불대는 기획자는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신입에게 그렇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고 이거 아니면 올 생각은 꿈도 꾸지마 라고 주장할까? 그들은 자신들도 그러한 과정을 밟아오면서 변해왔는데, 새로 들어오고자 기웃기웃하는 하는 지망생들은 결코 변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는 것처럼 이야기할까?
 
이러니 저러니 현란하게 말해도 그런 글 쓴 냥반들은 신입을 뽑을 생각이 없다. (그들의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생판 모르는 신입을 뽑아 나에게 이로울 것은 1g도 없기 때문이다. 우선 이 업계에 있어, 고용보장이니 평생직장이니 하는 개념은 없다. 즉, 세대간의 경쟁을 완화하고 동기간의 경쟁만을 장려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인은 업계인 전체를 대상으로 경쟁해야만 하는 구조이다. 이런 구조에서 기획자라는 직업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프로그램이나 그래픽처럼 작업 결과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니다. 물론 최근들어 더러는 갖가지 잡다한 스킬로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을 세우려는 부류가 존재하지만, 그런 잡다한 스킬들이 게임 개발에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요소도 아니며, 익히는데 그다지 오래걸리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기획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1차적 발탁권을 자신의 우군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기획자의 지인 발탁은 기획자 자신에게 여러가지 이익을 가져다 준다. 우선 표면적으로 업무의 효율이라는 의사소통 강화효과가 있다. 혹자는 기획자를 윤활유같은 존재라 말하며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러한 주장은 쓰레기라 여기며 갖가지 잡다한 개발지식과  어정쩡한 스킬들, MS의 모토만큼이나 애매모호한 뇌력들이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란한 말솜씨와 친화력 그리고 알쏭달쏭한 스킬들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것은 자기와 잘 통하는 사람을 가져다 쓰는 것이다. 자기의 표현력이 아무리 영구 칠득이 수준이라 해도 상대가 그 수준이면 만사형통이다. 꿍꿍짝이 잘 맞어 암튼 뭔가 나온다. 게다가 지인이 팀에 들어옴으로써 팀내에서 발언권의 강화를 노릴 수도 있으며, 세력화할 수도 있다. 하다 못해 서로가 서로를 끌어주는 끈끈한 커뮤니티로 직업생명의 연장을 도모할 수도 있다. 어찌되었던 지인을 발탁하는건 기획자에게 이익이 되면 되었지 손해가 되지는 않는다.
 
반면, 저러한 이익을 모두 포기하면서 생판 모르는 신입을 뽑을 경우, 어떠한 이익이 돌아오나? 우선 기득권 기획자는 신입이 어떠한 캐릭터인지 잘 모른다. 면접 몇 시간 본다고 사람이 파악되진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은 불확실하고, 혹여 자기 기획에 대해서 우군은 되어주지 못할 망성 이리치대고 저리치대서 방해나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심지어 냅다 들이받아 내 자리를 노릴지도 모른다. 기득권 기획자에 있어 신입 기획자는 득은 얼마없고  실만 가득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뭐로 보나 채용은 지인이나 지인의 지인이라는 특정 커뮤니티 속에서 이루어지는게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다. 신입에 대한 가혹한 조건은 기획자로써 저러한 이권과 맞바꿔 얻을만한 위험에 대한 가치이지 액면 그대로의 스팩을 바라는게 아니다.
 
기득권 기획자들이 신입을 뽑을 때 언급하는 "스마트"함은 말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라, 그저 시키는 일이나 잘하면서 토 안달고, 가끔 장단이나 맞춰 줄 딸랑이를 의미한다. 기획자에게 있어 이상적인 부사수는 진정으로 원하는 인간은 통제가 가능한 상태에서 자기가 벌려놓은 귀찮은 일들을 뒤치닥거리 해주는 사람이다. 즉, 통제가 가능한 자기보다 잘난 인간을 뽑는게 목적인데.. <통제가 가능한>과 <자기보다 잘 난>은 공존할 수 없다. 서울대 간판 단 인물이 퍽도 고졸 출신 밑에서 시다바리나 할까?
 
 
서두에 말했듯이 기획자 지망생에 대한 훈계의 글들은 현업 종사자가 자신의 억제된 욕구들 자기보다 하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지망생들에게 쏟아내고 희열을 느끼는 마스터베이션에 다름 아닌것이다.
 
 
결론: 기획자 지망생님들, 혹여 몇몇 현업 종사자가 블로그에 희망고문질한다 하더라도 주눅들지말고 좆까~! 라 하셈. (뭐 업계가 별 희망은 없지만서도, 그네들이나 아저씨들이나 별 차이없어요)
by ねじまき | 2007/09/11 22:02 | 딴지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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